하나님, 이웃, 제국
Walter Brueggemann
4. 율법: 끊임없이 들으라, 지키라
고정된 법령을 넘어선 해방의 대화
1. 두 법의 대결: 메대와 바사 vs 야훼
성경 다니엘서의 이야기는 두 종류의 법이 충돌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왕조차 바꿀 수 없는 '메대와 바사의 변함없는 법령'이고, 다른 하나는 '살아 계신 하나님 야훼의 율법'입니다. 다리우스 왕은 다니엘을 구하고 싶어 했지만, 자신이 반포한 절대적인 법령 앞에 무력했습니다. 반면, 다니엘의 하나님은 때와 계절을 바꾸시고 왕들을 폐하시며 세우시는 분으로, 제국의 총체적 통치(Totalization)를 넘어서는 혁명적인 분이십니다.
2. 총체화하는 권력과 해방의 토라
바로나 바빌로니아와 같은 '총체화 정권(Totalizing Regimes)'은 자신의 법이 절대적이며 자비가 없다고 상상합니다. 그들의 법은 오직 "더 많은 벽돌을 만들라"는 노동의 착취와 상품화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시내산에서 주어진 야훼의 토라는 이집트라는 '종 되었던 집'에서 이끌어내신 해방의 기억 위에 세워졌습니다. 야훼의 토라는 닫힌 체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뿌리를 두고 타자를 향한 관대함과 환대로 나아가는 역동적인 궤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3. 이웃을 발견하는 십계명의 재해석
십계명은 단순히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니라 바로의 계명에 저항하는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 하나님을 향한 첫 세 계명: 하나님의 이름을 인간의 프로젝트에 이용하거나 상품화하는 것에 저항합니다.
- 이웃을 향한 마지막 여섯 계명: 파라오의 이집트에는 '이웃'이 없었으며 오직 상품만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십계명은 "네 이웃의 것"을 반복하며 타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할 것을 명합니다. 이웃이 사라진 곳에서는 살인과 간음, 도둑질과 탐욕이 지배하지만, 토라는 이웃의 범위를 과부, 고아, 나그네, 이민자에게까지 끊임없이 확장합니다.
4. 안식일: 약탈적 경제를 거부하는 쉼
십계명의 중심에 있는 안식일 계명은 가장 강력한 사회적 평등의 선언입니다. 파라오의 벽돌 공장에는 안식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토라의 안식일은 종과 가축까지도 똑같이 쉬게 함으로써 사회적 계층화를 거부하고, 하나님이 주신 해방을 모든 존재가 누리게 합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단순한 노동의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중한 소유물임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5. 듣고 해석하는 '진행형'의 율법
토라는 메대와 바사의 법처럼 고정된 문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경청(Shema)'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에서 재해석되어야 하는 대화적 과정입니다.
- 확장되는 이웃: 처음에는 공동체 내부의 남성 주주만을 의미했을 '이웃'의 개념은, 계속되는 경청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 약자 전반으로 넓어집니다.
- 상황에 맞는 적용: 신명기는 시내산의 원칙을 농업 사회라는 새로운 맥락에 맞게 해석한 '두 번째 판(Second version)'입니다. 가난한 자의 외투를 담보로 잡지 말고 밤에는 돌려주라는 규정이나, 수확할 때 일부를 남겨두라는 규정은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구현된 토라의 정신입니다.
6. 의무가 아닌 기쁨의 습관
성경이 말하는 율법에 대한 순종은 무거운 짐이 아닙니다. 시편 119편이 노래하듯, 그것은 하나님의 선하심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삶의 습관'이자 '성막 안에서의 동료애'입니다. 순종은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언약의 주님과 조화를 이루는 과정 자체에서 느끼는 기쁨입니다. 진정한 토라의 자녀들은 위험 앞에서도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어깨를 으쓱하며 평화와 정의를 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결론
현대 사회 역시 인종, 계급, 젠더라는 이름의 새로운 '메대와 바사의 법'으로 우리를 총체화하려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의 임무는 낡은 문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자비와 공의를 현대의 탈산업화 문화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끊임없이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법은 추상적인 규칙이 아니라, 경청과 공감을 통해 세상을 새로운 삶으로 이끄는 해방의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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