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영성이다
james k. a. smith
1장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 - 예배하는 인간
예배하는 존재, 인간에 대한 재발견
예수님은 제자를 처음 만나실 때 “너는 무엇을 알고 있느냐?” 혹은 “너는 무엇을 믿느냐?”라고 묻지 않으십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던지신 첫 번째 질문은 바로 “무엇을 구하느냐(What do you want?)”였습니다.
이 질문은 그리스도인 제자도에 있어 가장 근본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갈망하고 사랑하는 바로 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1. ‘생각하는 존재’라는 현대적 미신에서 벗어나기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을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사물(res cogitans)’로 간주해 온 근대 철학의 영향 아래 있어 왔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을 거대한 머리만 있고 몸은 중요하지 않은 ‘막대기 위의 뇌’와 같은 존재로 축소시킵니다. 이러한 지성주의적 모델은 제자도를 단순히 뇌라는 저장소에 성경 지식과 교리를 집어넣는 ‘은행 예금형’ 교육으로 전락시켰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이 옳은지 ‘아는 것’과 실제로 그렇게 ‘행하는 것’ 사이에는 늘 거대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정보의 전달만으로는 거룩함에 이를 수 없으며, 단순히 생각을 바꾼다고 해서 우리의 존재가 온전히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2. 마음: 우리 존재의 나침반이자 엔진
성경과 고대 기독교 전통, 특히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에 대해 훨씬 더 전인적인 모델을 제시합니다. 인간은 지성보다 훨씬 더 깊은 곳인 ‘마음(kardia)’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 지향적 존재(Teleological Creatures): 인간은 정지해 있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어떤 목적지(Telos)를 향해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 사랑의 중력: 아우구스티누스는 “나의 사랑은 나의 무게(My weight is my love)”라고 말했습니다. 중력이 물체를 아래로 이끌듯,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은 우리를 특정한 방향으로 끌고 갑니다.
- 안식 없는 마음: 우리 마음은 하나님을 향하도록 설계되었기에, 가짜 신들을 사랑할 때 우리는 끊임없는 불안과 안식 없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3. 사랑은 ‘습관’이며 ‘훈련’입니다
많은 이들이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나 일시적인 선택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성경적 관점에서 사랑은 ‘덕(Virtue)’, 즉 선한 도덕적 습관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게 되는가는 지식 습득이 아니라 모방과 연습을 통해 결정됩니다. 마치 피아노 연습을 반복하여 손가락이 건반을 기억하게 하듯, 우리의 갈망 역시 반복적인 리듬과 루틴을 통해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새겨집니다. 따라서 제자도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을 재조정(Rehabituation)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4. 문화적 예배와 마음의 재조정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수많은 ‘문화적 예배(Liturgies)’에 몰입해 있습니다. 쇼핑몰, 경기장, 스마트폰 속의 일상적인 의례들은 우리가 무엇이 ‘좋은 삶’인지를 끊임없이 규정하고 우리의 갈망을 가로챕니다. 이러한 세상의 예배들은 우리의 마음이라는 나침반을 오작동하게 만들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삶을 끌고 갑니다.
기독교 예배는 바로 이러한 세상의 잘못된 가르침에 대항하는 ‘반대 형성(Counter-formation)’의 과정입니다. 예배는 우리의 지성에 정보를 쏟아붓는 시간이 아니라, 성령의 은혜 안에서 우리의 뒤틀린 갈망을 다시 하나님께로 정렬시키는 ‘마음의 재조정’ 시간입니다.
결론
모든 인간은 예배하는 동물입니다. 무신론자조차도 돈, 권력, 외모, 혹은 지성 등 무언가를 궁극적인 가치로 두고 예배하며 살아갑니다. 무엇을 예배하느냐는 곧 당신이 누구인가를 결정하며, 당신이 예배하는 대상은 결국 당신을 집어삼키거나 혹은 진정한 자유로 인도할 것입니다.
제자도의 핵심은 우리의 마음을 지키고(잠 4:23), 기독교 공동체의 풍성한 예배 전통 속에서 우리의 사랑이 하나님과 그분의 나라를 향하도록 매일의 습관을 훈련하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의 지적인 확신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불로 달궈진 우리의 사랑이 우리를 진정한 안식처인 하나님께로 이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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