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서의 도피
Francis A. Schaeffer
제1장 자연과 은총
1. 현대인의 기원과 토마스 아퀴나스
현대인의 기원은 여러 시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나, 쉐퍼는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의 가르침에서 결정적인 시작점을 찾습니다. 아퀴나스는 '은총(Grace)'과 '자연(Nature)'이라는 개념을 도식화하여 논의의 장을 열었습니다.
- 은총(상층 구조): 창조주 하나님, 하늘과 하늘의 사물들, 보이지 않는 영역과 그것이 지상에 미치는 영향, 인간의 영혼, 통일성을 포함합니다.
- 자연(하층 구조): 피조물, 지구와 지상의 사물들, 가시적인 영역, 인간이 지상에서 행하는 일들, 인간의 몸, 다양성을 포함합니다.
구분 · 상층: 은총 (Grace) · 하층: 자연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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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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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 하나님, 천상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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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물, 지상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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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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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영역, 영적인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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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영역, 인간과 자연의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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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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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영혼, 보편자(Universals), 통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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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육체, 개별자(Particulars),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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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잔틴 사고방식에서 인본주의적 르네상스로의 전환
아퀴나스 이전의 사고방식은 비잔틴적이었으며, 하늘의 사물만이 중요했기에 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오직 상징으로만 표현했습니다. 당시 예술가들은 나무나 산과 같은 단순한 자연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산행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퀴나스의 등장은 자연 자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인본주의적 르네상스의 실질적인 탄생을 알렸습니다.
3. 지성의 자율성과 인본주의의 발생
아퀴나스는 은총과 자연 사이의 통일성을 희망했지만, 동시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습니다. 그는 인간의 의지는 타락했으나 지성은 타락하지 않았다는 불완전한 성경적 타락관을 가졌습니다. 이로 인해 인간의 지성은 자율적인 영역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 자연 신학의 발전: 성경과 독립적으로 추구될 수 있는 신학 영역이 형성되었습니다.
- 철학의 독립: 철학이 계시로부터 분리되어 성경과의 관계없이 독자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4. 예술과 문학에 나타난 자연의 부상
이러한 신학적·철학적 변화는 즉시 예술계로 확산되었습니다.
- 회화: 치마부에와 지오토는 자연을 상징이 아닌 자연 그대로 그리기 시작했으며, 마사초는 진정한 원근법과 빛의 방향을 도입하여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 문학: 단테, 페트라르카, 보카치오 등의 작가들이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페트라르카는 등산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산을 오른 최초의 인물로 기록됩니다.
5. 자연이 은총을 삼키다 (Nature Eating Up Grace)
자연이 자율성을 얻게 되자, 점차 자연이 은총을 '삼켜 버리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예술 작품 속에서 이러한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 초기 균형: 반 에이크는 1410년 최초의 실제 풍경화를 그렸으며, 1435년 작품에서는 후원자인 롤랭 장관을 성모 마리아와 동일한 크기로 그려 자연과 은총의 균형을 시도했습니다.
- 은총의 파괴: 필리포 리피(1465)는 자신의 정부를 성모 모델로 삼아 그렸으며, 푸케(1450)는 왕의 정부인 아그네스 소렐을 성모로 묘사하며 유방을 노출시켰습니다. 이 시점에서 은총은 죽었으며, 자율화된 하층 구조가 상층 구조를 파괴하게 되었습니다.
6.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고뇌와 보편자의 문제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는 현대적 인간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자율적 이성에서 출발할 경우 도달하는 것은 오직 측정 가능한 수학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수학은 개별자(Particulars)만을 다룰 뿐 보편자(Universals)를 다루지 못합니다.
다 빈치는 통일성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영혼(보편자)을 그려내려 노력했으나 끝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개별자와 보편자 사이의 합리적 통일성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했기에 절망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는 지식의 통합된 장을 갈구했던 지성인이 겪은 비극이었습니다.
결론
은총의 통제로부터 독립한 이성은 처음에는 인간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상위의 가치를 파괴하고 인간을 기계적 존재로 전락시키는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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